
멋쟁이사자처럼 UXUI 디자인 부트캠프를 5개월동안 수강하고, 1개월의 취준 끝에 스타트업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취업했다 !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멘탈 헬스케어' 도메인의, 자사 서비스를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타겟은 B2B2C. 도메인이 도메인인 만큼 B2B를 주 타겟으로 바라보고 있다. 내 포지션은 프로덕트 디자이너고, 자사 서비스의 리뉴얼 디자인을 준비 중이다.
오리엔테이션 때 대표님이 정의해주신 내 역할은 이렇다. 기획자와 개발자 사이의 브릿지 역할. 우리 팀의 기획자 분은 심리상담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으신 분이고, 이분께서 기획해주신 바를 IT 적으로 제작 가능하게 디자인해서 개발자 분들께 전달하는 게 나의 임무다. 개발자는 총 3분으로, IOS / Android / CTO 로 나뉜다.
도메인의 영향이 컸다. 그냥 헬스케어였다면 고민해봤을텐데, '멘탈' 헬스케어였기 때문에 이 회사에 끌렸다. 정신 건강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지만 인간의 정신을 다루는 분야는 언제나 나의 관심 범위 안에 있었다. 전공 시간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배우면서부터였나? 사회를 살면서 자아가 항상 억압된 상태로 존재한다는 대목을 듣다가 눈물이 핑 돌았을 때부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조건 이번에는 인하우스로 가고 싶었다.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면서 암묵적인 을의 위치에 있는게 싫었다. 그리고 내가 죽어라 야근해서 성과 올려놔도 그 덕을 다 다른 회사가 본다는 게 힘이 빠졌다. 어차피 내가 건들 수 있는 건 광고 대시보드 하나인데, 영향력을 크게 발휘할 수 없어 답답했다. 데이터 요청해서 받아보는 데에만도 몇 시간, 길게는 며칠이 걸렸다. 이러저러한 한계들 때문에 난 이번엔 꼭 인하우스로 가리라 마음먹었다.
앞선 두 조건에는 만족하는 회사에 왔지만 이제부터 말할 두 조건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회사의 규모와 사수의 여부였다.
규모있는 회사에 가려고 했던 건 사실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큰 회사에서만 일했던 부모님은 내가 스타트업에 간다고 하면 걱정부터 하신다. 물론 안정성이라든지, 연봉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보장되지 않는 건 사실이다. '노조가 있는 회사에 가야 꼬박꼬박 연봉이 해마다 오른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그치만 원래 하던 업에서도 대기업 땅을 못 밟아봤는데, 처음 입성한 분야에서 어떻게 처음부터 그런 곳을 가겠어요... 삼성 자회사의 광고회사에 서류가 붙었을 때까지만 해도 사원증 걸고 일해보는 줄 알았는데 다시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그치만 나는 이 업계만의 자유로움도 좋다. 그리고 어쩌면 작고 애자일하게 일하는 곳이 나에게 더 맞을지도.
사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단순히 디자인 실무가 처음이라서다. 체계 없는 곳에서 0부터 쌓아올리는 것도 싫지만은 않지만, 직전 회사에서 사수님들 덕을 톡톡히 봤기 때문에 이번에도 자연스레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다. 사수는 없지만 자문을 구할 팀원 분이 계시기 때문에 이정도면 됐다 싶다.
요약하자면, 멘탈 헬스케어 도메인이 좋아서 이 회사에 오기로 결심했다는 거다. 사실 디자인만 하면 어느 도메인이든 상관 없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관심 분야에서 일하니까 탐구력과 호기심이 상승해서 일하는 게 덜 피곤하게 느껴진다.
- 기존 서비스 채널별로 화면 뜯어보고, 플로우 작성
- 이해관계자별 유저플로우 작성
이렇게 크게 2개로 나눌 수 있다. 서비스 채널은 총 4개로 어드민 채널 1개를 제외하면 3개 채널을 유저가 사용하게 된다. 왜 이렇게 많냐면, 서비스 특성상 이해관계자가 여럿이 되어 그렇다. 따라서 이해관계자별 유저플로우도 총 3개를 만들어야 했다.
이 일을 했던 이유는 기존 서비스 운영을 종료하고 본격적인 리뉴얼을 시작하기 전에 회고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기획-개발-디자인 팀원이 모두 모여서 이전 서비스는 어떻게 제작되었고, 어떻게 운영되었는지를 다같이 살펴본 다음에 서비스 전략부터 다시 짜기 위함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 서비스를 보여주는 시각 자료가 필요해서 내가 담당해 제작하게 되었다. (어차피 디자인 팀원이 나 혼자이므로... 내가 해야될 수 밖에 없기도 했고 말이다)
유저플로우는 우리 서비스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흐름으로 일련의 과정을 겪고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PT를 받는 회원'의 플로우를 작성한다고 하면, 그 회원이 무엇 때문에 PT를 필요로 했는지부터 최종적으로 PT를 받게되는 과정을 쫙 펼쳐보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잠재 고객의 페인포인트라던지, 센터 입장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구간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팀원들이 함께 플로우를 보기 위함도 있었지만, 플로우를 작성하고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며 느낀 점은 내가 이 서비스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더 딥하게 이해하기 위함이라는 걸 알게 됐다.
1. 같은 현상이라도 워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플로우를 작성하면서 사용자가 Yes/No의 판단을 할 때, '나는 OO할 것이다' 라는 워딩을 써왔다. 대표님은 '내가 미래에 할 행동을 예측하는 것 같다'며 수정을 요청해주셨다. 결론적으로는 '나는 OO하고싶다' 가 되었다.
여기서 배운 점은 단순히 말을 자연스럽게 고치는 방법이 아니다. 워딩을 수정했을 때 생각의 방향이 다르게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나는 슈퍼에 갈 것이다' 라는 문장을 접했을 때는 미래에 '예정된' 행동이라는 느낌이 든다. 반면, '나는 슈퍼에 가고싶다' 라는 문장을 접했을 때는 '왜 가고싶지?' 라는 의문이 떠오르게 된다.
대표님께서는 '나는 OO하고싶다' 로 문장을 수정한 다음, '이 사람이 왜 OO를 하고싶을까요?' 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그에 'ㅁㅁ하기 때문입니다' 라고 내가 대답하자, '그럼 왜 ㅁㅁ하게 된 걸까요?' 라며 3번 정도 질문을 더 반복하셨다. 꼬리에 꼬리를 잇는 질문에 대답하며 나는 사용자의 진짜 심리를 파악하게 됐다.
2. '비즈니스적으로 사고하기' 라는 것
약간 유레카를 외친 순간이었다. 마찬가지로 이해관계자 중 한 그룹의 플로우를 제작하면서 대표님의 피드백을 받고 있을 때였다. 사용자의 결제가 이루어지는 구간에서 '이거 환불 규정이 어떻게 돼요?' 라고 대표님이 물어보셨다. 나는 케이스별로 다를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뒤이어 하신 말씀은 '매번 10만원씩 결제하는 A와 100만원을 한 번에 결제하는 B는 다르지 않을까요? 내가 사장이라면 B 같은 손님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라고 하셨다.
그전까지 대표님이 너무 세세한 것까지 파고드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저 말을 듣자마자 '앗!' 하며 어떤 깨달음이 내 머리를 탁 치고 지나갔다. 그 말인 즉슨, B는 이미 '재력'이 검증된 사용자라는 것이다. 물론 A의 경우에도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놓치지 말아야 할 고객임에는 틀림없지만, 상대적으로 봤을 때 100만원을 한 번에 결제할 수 있는 사람과의 차이는 분명했다.
'결제'라는 같은 행위를 하는 사용자들 간에도 금액이나 방식에 따라서 사업자의 관점에서는 다르게 여겨질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그러면서 '아 이런게 사업자 마인드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 난 여태까지 '비즈니스적 사고'라 하면, 숫자나 데이터를 읽을 줄 아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몇 개월이지만 퍼포먼스 마케터로 일했기 때문에 왠만한 데이터는 읽을 줄 안다고 자부했던 나는, 디자인 능력 + 비즈니스적 사고를 모두 요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사업을 운영하시는 대표님과 대화했을 때 나의 부족함이 크게 느껴졌다. 동시에 내가 제작한 플로우에 관해 피드백 받고 있는 시간이 단순히 내 작업물을 평가하기 위함이 아니라, 앞으로 함께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기 위해 이해관계자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과 환경들을 이해하며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사용자의 여정에 따라 이탈 원인이 달라진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용자가 여정에서 어떤 구간에 있는지에 따라 이탈 원인은 달라진다. 사용자가 어떤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니즈를 느끼는 계기를 '시작'이라 하고, 결과적으로 니즈를 충족시켰을 때를 '끝'이라 해보자. 이때, 사용자가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밟게되는 일련의 과정 중에서 모종의 이유로 인해 끝에 도달하기를 포기해버리는 순간을 '이탈'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으로 밥 대신 먹을 간단한 음식을 사야겠다는 니즈를 느낀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단계는 간단한 음식을 마트나 편의점, 혹은 대형마트에서 결제한 뒤 다음날 아침에 구매한 제품을 먹게되는 단계이다. 그런데 막상 마트에는 갔으나 원하는 음식이 없어 아무것도 구매하지 못하고 돌아오게 되거나, 제품을 구매하긴 했으나 막상 아침에 먹을 시간이 없어 평소와 같이 아무것도 못 먹게 된다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사용자가 서비스에서 이탈하는 순간도 여러가지다. 따라서 이탈하는 원인을 파악해서 개선함으로써 서비스로부터 사용자가 최대한 이탈하지 않도록 막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 이론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으나, 막상 이탈 원인을 분석할 때에는 내 상상에 따라 피상적으로만 사용자의 이탈지점을 파악하고 있더라. 나에게 필요했던 건 사용자에게 완전 '빙의'되어서 그 심리까지 꼼꼼히 파악하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우리 서비스의 특성상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도록 유도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때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해주길 바라는 행위를 '@@마트에서 요거트 구매하기'라고 가정해보자. 요거트를 구매하기 위해 처음 마트에 방문했을 때, 만약 소비자들이 본인이 생각했던 요거트의 가격대와 실제 요거트 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첫 번째 이탈 원인은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실제 요거트 가격이 더 비쌌을 경우다. 반면, 이 단계에서 요거트를 한 4번쯤 구매한 소비자가 다시 마트에 방문했을 때 5번째로 요거트를 구매하지 않고 이탈하게 된다면 원인은 달라진다. 물론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이탈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가격'이라는 요인은 첫 번째 구매자가 이탈했을 때와는 소비자에게 분명히 다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예를 들면, 5번째로 마트에 방문한 구매자에게는 이미 4번이나 요거트를 사먹었으나 5번째로 같은 요거트를 사지 않은 이유는 다른 더 저렴한 요거트를 발견했거나, 요거트가 가격대비 그렇게 맛있거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용자 플로우를 분석하면서 같아보이는 원인일지라도 사용자가 지나고 있는 구간에 따라 그 원인이 세밀하게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앞으로는 좀 더 깊게 사용자에 공감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1. 나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이 볼 수 있는 자료에 구어체 쓰지 않기
2. 같은 특성의 요소들이 나열되어 있으면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움 따라서 퍼센트, 볼드처리 또는 화살표로 중요도를 나타내야 한다.
3. 말을 짧게 줄여쓰는 연습이 필요하다.
4. 워딩 고민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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